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렇게 열고 싶어하던 ‘투표함의 뚜껑’은 끝내 봉인되고 말았다. 그리고 오 시장은 약속한대로 서울시장에서 물러나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. 서울에 사는 아이들은 이제 마음 편하게 ‘평등한 밥’을 먹을 수 있게 됐다.
치열한 논쟁과 대립은 물론, 여야간 정치적 명운을 건 싸움으로까지 확대됐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유효투표수 33.3%를 달성하지 못하고 결국 개표는 무산되고 말았다. 오후 8시 투표종료 직후 선관위가 발표한 잠정투표율은 25.7%에 머물렀다. 30%에도 미치지 못했다.
서울시내 25개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오 시장의 지지기반으로 평가받는 서초구와 강남구에서만 33.3%를 넘겼다. 서초구는 36.2%, 강남구는 35.4%의 투표율을 기록했다. 30%를 넘긴 곳도 송파구(30.6%)를 포함 단 3개 지역에 그쳤다.
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금천구로서 20.2%에 그쳤다. 관악구도 20.3%의 저조한 투표율을 나타냈다. 이로서 지난해 12월 ‘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’을 둘러싼 서울시의회와 오 시장의 마찰이 시작된 지 9개월만에, 올해 1월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제안한 이후 8개월만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막을 내렸다.
‘나쁜 투표 거부’ 결정적 영향…오세훈, 언제 사퇴할까?
야당과 시민사회단체, 그리고 네티즌들이 합심해 이번 주민투표를 ‘나쁜 투표’로 규정하며 벌인 ‘투표 보이콧 운동’이 오 시장의 ‘몽니’를 저지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. 서울시민들이 원하는 복지의 방향이 무엇인지 이번 투표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.
여기에 최근 서울시 폭우피해와 오 시장이 추진해온 ‘한강 르네상스 사업’ 등에 대한 반감도 주민투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.
그간 서울시의회, 서울시 교육청과 ‘무상급식’안을 놓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던 오 시장은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“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”는 초강수를 띄우며 주민투표에 ‘올인’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.
이제 오 시장에게 남은 과제는 서울시장 사퇴시기를 고민하는 것이 돼버렸다. 의견은 분분하다. 정치적 승부수를 모두 띄운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‘식물시장’으로 전락한 오 시장이 금명간 사퇴선언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그간 자신을 지원해준 한나라당의 사정을 감안해서라도 당분간은 시장자리에서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공존한다.
오 시장이 다음달 30일 이전에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하면 오는 10월 26일로 예정된 보궐선거에서 새로운 서울시장이 탄생하게 되지만 오 시장이 사퇴를 늦출 경우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함께 진행된다. 오 시장의 ‘장고’가 예상되는 대목이다.
하지만 오 시장이 자리에 계속 앉아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. 당장 ‘약속’을 이행하라는 야당, 시민사회, 그리고 민주당 주도의 서울시의회의 요구가 빗발칠 것이 뻔하다.
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‘십자가를 진 우파전사’의 이미지로 보수진영의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심각한 정치적 내상을 입은 데다가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 역시 쉬워보이지는 않는다.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 시장에 대한 질타들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.
‘침통한’ 한나라-‘환호성’ 민주…여야 득실은?
이번 주민투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한나라당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. 특히, 오 시장이 이번 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모험을 택함에 따라 향후 보궐선거에서 햇수로 10년간 지켜오던 서울시장 자리를 야권에 내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.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둔 서울지역 의원들의 공포감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.
당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앙당 차원에서 오 시장을 돕도록 한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도 적잖은 상처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.주민투표와 다소 거리를 둔 것으로 평가받는 친박계와 친이계의 날선 책임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.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.
4.27 재보선 이후처럼 이번 주민투표 결과로 인해 한나라당 내 내홍이 또다시 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. 한나라당은 이번 주민투표가 여야 대결이 아닌 정책투표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같은 논리가 민심에 먹혀들지는 미지수다.
반면, ‘보이콧 운동’에 앞장선 민주당 등 야권은 향후 한나라당과의 정국주도권 다툼에 있어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찬스를 맞게됐다.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아깝게 놓친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기회도 잡게됐다. 최근 하락세였던 지지율 반등의 계기도 마련했다.
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게 된 점은 또 하나의 ‘보너스’다. 그러나 이번 투표결과로 나타난 민심이 꼭 야당에 대한 지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. 위기감을 느끼게 된 보수진영의 결집 움직임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.
한편, 오 시장은 이날 투표가 끝난 후 “우리나라의 미래와 바람직한 복지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게 돼 안타깝다”며 “시민들의 소중한 뜻이 오롯이 담긴 투표함을 개봉조차 할 수 없게 돼 안타깝다”는 입장을 나타냈다.
오 시장은 “투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. 투표에 당당히 참여한 서울시민, 유권자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드린다”고 말한 후 기자회견장을 나섰다.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“오 시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하루 이틀 내에 발표할 것”이라고 전했다 |
누렁이님의 댓글
누렁이 작성일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“그건 본인과 제가 충분히 정무적 판단을 해서 하겠지만 사실상 승리한 게임에 즉각 사퇴는 해서는 안된다”며 판단할 시간을 가질 뜻을 밝혔다.
http://kr.news.yahoo.com/service/news/shellview.htm?articleid=2011082422025175370&linkid=20&newssetid=455&from=rank//
투표결과에 따라 사퇴하겠다던 오시장 본인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한 약속을
홍준표가 판단을 하다니 이건뭔 이런 경우가..